Anberry ; Snow veil
고요히 눈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감고 있으면 귀 사이로 들어와 작게 속삭이고 이내 사라지는 소리. 주변이 고요하지 않으면 절대 들리지 않을 것들이 들려온다. 그런 소리가 모서리 사이 쌓인 장작에 불이 붙어 모닥불이 타오르는 소리와 섞여 퍽 듣기 좋은 소음이 만들어진다. 한 면이 온통 유리인 작은 집. 사방으로 눈이 쌓여 발목 위까지 흰 이불이 땅을 덮은 채다. 그 모습이 마냥 신기해 붉은 눈으로 밖을 바라보던 베리가 유리 위에 손을 짚는다. 붉은 눈과 따스한 손가락 끝이 투명한 유리 위로 맑은 궤적을 남긴다. “베리, 밖이 좋으면 잠깐 나갔다 올까?” 부드러운 목소리가 낮게 울린다.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베리가 눈을 접어 활짝 웃다가 장난스럽게 엄한 표정을 짓는다. 감기가 나을 때까지는 안 된..